아빠의 자리
안녕하세요, 따뜻한 복지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따복이’ 입니다.
오늘은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아버지와 지내며 힘들어했던 아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친척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밝은 모습을 되찾게 된 사연을 들려드릴까합니다.
황정남(가명)씨는 혼자서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가장입니다. 삶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한 잔, 두 잔씩 마시던 술이 점차 늘어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남씨는 날짜와 시간을 잊어 하루에도 수십 번 물어보고, 쌀을 씻어놓고도 취사 버튼 누르는 방법을 잊어 아이들에게 식사를 챙겨주지 못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집에는 월세체납 고지서, 공과금 체납 고지서, 단전 예고장이 쌓여갔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사회복지사는 정남씨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정남씨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알코올성 치매가 진행 단계였고, 간경화와 C형 간염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전두엽 부분이 많이 손상되어 인지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입원해서 치료를 진행하자는 사회복지사의 말에 정남씨는 집에 아이들만 두고 어떻게 입원을 하냐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다행히 이웃 주민이 입원 기간 동안 아이들을 맡아서 돌봐주기로 하였습니다. 종합복지관에서는 방과 후 아이들의 교육을 돕기로 하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동반자 상담 선생님이 주1회 아이들을 찾아가 상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축구를 하고 싶어 했던 아들을 위해 축구 교실도 신청해 주었습니다. 사례관리자는 방과후 교실 및 축구교실을 찾아 아이들의 출석 상태를 체크하며 점검하였습니다.
정남씨는 아이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불안정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고, 재입원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사례관리사는 아이들에게 불안한 환경이 반복되면서 그 동안의 노력으로 밝아진 모습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위험한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정남씨의 친척들이 사례관리사 앞에 나섰습니다.
아이들의 큰 아빠는 지난번에 이웃 주민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동안 책임을 회피했던 것을 부끄러워하며 이번에는 자신이 아이들을 맡아 돌보겠다며 나섰습니다. 아이들의 고모는 아이들이 제 시간에 집에 오는지 확인하고, 빨래며 청소, 반찬 등을 챙겨 주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아빠가 없는 집에서 혼자가 아니었고, 가족이라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 안에 있게 됐습니다.
어쩌면 정남씨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더욱 불안해했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치료를 잘 마치고 돌아와 아이들과 다시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여러분의 가정에도 함께하는 행복이 넘쳐나기를 기원하며 따복이는 이만 물러갑니다.
이 사연은 노원구 희망복지지원단의 '따뜻한 복지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