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중 95%가 구강질환 고통

등록일

201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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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즈




최근 스케일링(치석제거)과 어린이 충치치료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치과를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의료적 문제와 사회적 편견 등으로 장애인 환자들에게 치과병원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전국장애인구강보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등록 장애인 중 무려 95% 이상이 구강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이가 안 아픈 장애인이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 2012년 스마일재단이 실시한 치과치료비 지원사업에서 2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100명의 장애인 환자들은 치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치주질환이 심각해 28개 치아 모두를 발치해야만 했다. 장애인의 구강문제가 이토록 심각해진 근본적인 원인은 본래 갖고 있는 장애에만 관심이 집중돼 치과치료의 적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민여진 스마일재단 팀장은 “구강건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본인과 보호자들조차 본인이 가지고 있는 주된 장애의 재활과 치료에만 초점을 두어 구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구강관리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장애인의 치과진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실제로 장애인 치과진료를 하겠다고 밝힌 의료기관은 전국 약 1만 7000개 치과 중 396개로 전체 치과의 2.3%에 불과하다. 장애인 환자 진료를 위해 갖춰야 할 의료장비 문제를 감안한다고 해도 당장 치과치료가 시급한 장애인 환자수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하지만 장애인 구강문제를 비단 치과의사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반치과의원에서 장애인 치료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장주혜 서울대치과병원 장애인구강진료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비(非)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어울려 소통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며 “일반 환자들이 진료실이란 공간에서조차 장애인과 함께 치료받는다는 것에 대해 불편함, 심하게는 죄책감을 느끼고 장애인 이용률이 많은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이렇다 보니 치과에서는 환자 유치를 위해 장애인 치료를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장애인 환자에 대한 일반 환자들의 경계심과 이기심이 장애인들을 치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셈이다. 지체장애 3급인 박모씨는 “일반 치과병원에 가서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본다”며 “이가 아플 때 치과를 가려고 하다가도 푸대접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 구강질환은 단순 미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저작의 어려움으로 인한 영양 결핍과 저체중을 유발시키는 등 생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또한 불량한 구강상태로 인한 심한 구취와 치아 상실은 자신감 결여와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야기해 장애인의 재활에 큰 걸림돌이 된다. 장 교수는 “몇몇 안 좋은 경험들로 인해 굳어진 선입견 때문에 치과진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기꺼이 치료해 줄 의사들이 많은 만큼 심각한 구강질환으로 발전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과를 다닐 것”을 조언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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